“나름의 항변이 수사기관 입장에선 변명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어…”
억울한 혐의를 받는 분들의 상당수가 같은 실수를 합니다. 마냥 "그럴 의도는 없었다", "정말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대응은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름의 항변이 수사관에게는 뻔한 변명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한 달 평균 수십 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수사관이 가장 자주 듣는 말도 피의자의 '억울하다'는 얘기일 겁니다.
억울한 혐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법리와 증거를 토대로 억울함을 '소명'하는 겁니다. 강제추행 같은 형사사건에서 '거증책임'은 수사기관에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릅니다. 억울함을 주장하는 피의자에게도 소명 수준의 입증 책임이 따르는 게 현실입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습니다.
여기 여러분과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한 사람이 있습니다.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김상현(가명)씨의 이야기인데요.
상현씨는 어떻게 대응했기에 법원의 판단을 받기도 전, 수사단계에서 불기소처분 을 받을 수 있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① 군포경찰서에서 걸려 온 전화
② 변호인단이 준비한 29페이지 의견서
③ 검찰의 '혐의없음' 판단
📞 01. 군포경찰서에서 걸려 온 전화
“김상현씨 맞으시죠? 군포경찰서 여청수사팀 OOO 수사관입니다, 조사 일정 조율 차 연락드렸습니다.” 회사 업무 중이던 상현씨가 수사관에게 들은 말입니다. 놀란 상현씨는 수사관과 통화를 마치자마자 가물가물한 기억을 하나씩 되짚어 봤습니다.
수사관에게 연락을 받기 며칠 전입니다. 상현씨는 '여사친'과 여사친의 동생이자 이 사건의 고소인과 함께 술을 마셨는데요. 오랜만에 얼굴을 본 셋은 다음날 새벽까지 술자리를 이어갔습니다. 분위기에 젖어 한 잔 한 잔 더하다보니 취기가 오른 상현씨와 고소인은 어느새 아무렇지 않게 스킨쉽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주위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잡거나 포옹을 하는 등 언뜻 보면 여느 연인의 모습과도 같았던 겁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이어진 술자리가 끝나고 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비틀대며 자리에서 일어나 각각 다른 택시를 타고 집으로 귀가했습니다.
흐릿했던 기억이 선명해진 상현씨는 신체 접촉을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폭행 또는 협박'으로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에 대해서는 부인했습니다. 여러 정보를 찾아 본 상현씨는 본인의 행동이 폭행 자체가 곧바로 추행에 해당하는 이른바 '기습추행'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마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기습추행)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며, 이 경우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일 필요는 없다.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상현씨는 여전히 답답했습니다. 갈수록 불안한 마음만 커져갔습니다. 혹시 모를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성범죄자라는 낙인을 피하고 싶었던 상현씨는 며칠 후 결국 연차까지 써 가며 저희를 찾아오셨습니다.
🔎 02. 변호인단이 준비한 29페이지 의견서
1차 상담을 마친 저희는 곧바로 전담팀을 구성했는데요. 서울북부지검 성범죄전담부 부장검사를 지낸 홍성준 변호사(팀장)를 중심으로 형사전문변호사인 김지훈 변호사, 경찰출신 강종구·백희광 전문위원이 참여했습니다 그리고는 메뉴얼대로 변론을 준비했습니다.
✔️ 1차 회의 진행해 사실관계 및 법리 검토
✔️ 현장 CCTV 분석 등 증거 수집 및 증거 관계 검토
✔️ 변론 방향 수립 및 의견서 초안 작성
✔️ 사실관계 및 법리 주장 담은 변호인의견서 제출
홍성준 변호사는 의견서 등을 통해 "고소인과 고소인의 언니가 먼저 상현씨에게 적극적으로 스킨쉽을 시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CCTV 영상을 보더라도 피의자가 고소인의 주장처럼 신체 주요 부위를 만진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적극 반박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사건 현장에서 촬영된 CCTV 영상에 따르면, 피의자가 피해자의 주요 신체 부위를 접촉하는 장면이 확인되지 않은 점
2️⃣ 피해를 입었다는 시점 전후로 둘 사이에 계속해서 스킨십이 이어지는 점
3️⃣ 피해자가 피의자를 상대로 피해에 대한 항의 등을 하지 않은 점
4️⃣ 피해자가 본 사건에 대해 서로 간의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진술했던 점
또 상현씨와 유사한 사례에서 무죄가 선고된 판례를 인용해 "피의자의 행위에는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러한 주장과 다르게 "범죄혐의가 인정된다"는 한 줄 짜리 수사결과와 함께 상현씨를 검찰에 송치했는데요.
이에 홍성준 변호사는 상현씨에게 "검찰은 경찰보다 증거관계를 더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며 "법리와 증거만 보면 검찰이 기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03. 검찰의 '혐의없음' 판단
실제 검찰은 홍성준 변호사 등이 주장한 내용을 위 4가지 주장 등을 대체로 받아들였는데요. 검찰은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피의자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의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상현씨에 대해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내렸습니다.
홍성준 파트너 변호사(형사5부)
범죄사실의 입증책임은 전적으로 검사에게 있어요(대법원 2009도4949판결 등).
따라서 검사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건데요. 만약 이러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피의자(피고인)에게 유죄의 심증이 갈지라도 피의자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는 범죄혐의를 추궁받는 피의자에게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경우가 있기도 해요. '거증책임의 전환'이 이뤄지는 거죠. 이는 직접 증거가 부족한 그래서 피해자 진술 등의 정황 증거만 존재하는 성범죄 사안에서 자주 보이는 현상입니다.
문제는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분들의 상당수가 법률적 지식이 부족하고, 수사 대응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몰라 적절한 대응 시기를 놓친다는 겁니다.
오늘 살펴 본 사례처럼 검찰 단계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는 것과 재판 단계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할애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억울한 혐의를 받고 있다면 경찰의 불송치 결정 내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목표로 △빠른 시일 내에 △전문가를 만나 △억울함을 소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만약 누구에게 도움을 구해야 할지 모르시겠다면 아래를 통해 변호사와 상담을 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