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오는 13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주요 판매 은행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대표 사례에 대한 조정을 진행한다. 분조위 결정은 지지부진한 시중은행의 ELS 배상 합의에 압박이 될 것이며, 최근 H지수가 급등하면서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감원은 KB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대한 분조위에서 은행별 대표 사례에 대한 배상 비율을 책정해 조정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조정안이 수락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5개 은행에 대한 분조위 개최 결과는 오는 14일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조정위는 불완전 판매가 인정되는 경우 금융회사에 원금 전부 또는 일부 보상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금융회사가 수용하지 않으면 민사소송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작년부터 일부 증권사들을 상대로 홍콩 지수 ELS 불완전 판매 혐의로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번에도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홍콩 정국 불안과 경기 하락 여파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서 큰 손실이 발생하면서 국내 금융권에 비상이 걸렸다. 이 상품들이 구조적 복잡성과 홍콩 리스크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콩 H지수 ELS는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대형 중국 기업의 주가지수와 연계된 상품이다. 지난해 금리 인상과 중국발 충격에 더해 '오랜 시위 사태'까지 겹치면서 H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예상 밖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 홍콩 정치·경제 리스크로 일부 홍콩 지수 ELS에서 손실이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구제 요구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ELS 관련 분쟁 조정 신청 건수는 940건으로 전년 대비 38% 늘었다. 특히 홍콩 지수 연계 ELS 분쟁이 급증세를 보였다.
ELS(Equity-Linked Security, 주가연계증권)는 주가 등 기초자산의 변동에 따라 손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판매 시 상품 구조와 위험성을 투자자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이해 수준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수료 수익을 위해 불완전 판매가 이뤄진 것으로 지적된다.
ELS는 특정 주가, 주가지수, 통화 등의 기초자산 가격 변동과 연계되어 수익이 결정된다. ELS는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이다. 기초자산 가격 변동에 따라 원금 초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ELS는 일종의 옵션 구조를 가지고 있어, 기초자산 변동 구간에 따라 수익이 정해진다. 주로 knocked-in, knocked-out, 램프, 풋옵션 등의 방식이 활용된다.
ELS는 만기 시 사전에 정해진 조건이 충족되면 원금과 함께 추가 수익을 지급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원금손실이 발생한다. ELS는 기초자산 대비 높은 레버리지를 가지므로 급격한 가격 변동 시 손익폭이 커진다. ELS는 옵션 조합, 조기 상환 조건 등 복잡한 구조로 인해 일반 투자자가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이다. 요컨대 ELS는 고위험-고수익을 노리는 파생상품으로, 투자 시 구조와 위험을 충분히 인지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불완전 판매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부실했다는 데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는 투자자들에게 복잡한 ELS 상품 구조와 홍콩 정서 변화 등 위험 요인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팔았다. 실제로 70대 고령 투자자에게 초고위험 상품을 판 사례도 있었고, 원금 보장이라고 했다가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불완전 판매로 인한 분쟁이 끊이지 않자 금감원은 조사에 착수했다.
당국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ELS 등 복잡한 상품에 대한 투자자 보호 장치를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ELS 의무교육 확대, 등급제 도입, 불완전 판매 제재 강화 등의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 스스로도 ELS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관련 상품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과 투자자 실사 체계를 갖출 뿐 아니라 영업 행태 전반을 혁신해야 할 것이다. 복잡한 구조로 인해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ELS 상품을 안이하게 판매할 경우 금융사고로 번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금융회사와 당국, 투자자가 함께 노력해 리스크 관리 역량과 투자문화를 선진화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최근 홍콩 정세를 고려할 때 홍콩 지수 ELS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가 컸다는 의견도 있다. 투자자 스스로의 주의의무도 강조되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투자자가 각자의 역할을 다한다면 홍콩 지수 ELS를 둘러싼 불완전 판매 문제를 해결하고 건전한 금융상품 거래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금융시장의 신뢰를 제고하고 투자자 권리를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4.05.09.
추원식 대표변호사
※ 법률신문 기고 (https://www.lawtimes.co.kr/LawFirm-NewsLetter/198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