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관련 사회 문제 및
이슈에 대해
변호사의 시각에서
해석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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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판례
변호사가 의뢰인이나 그의 대리인으로부터 위임사무 수행과 밀접하게 관련된 법률적 문제에 관하여 구체적인 질의를 받고 답변과 관련하여 부담하는 의무를 위반한 경우, 불법행위가 성립하
◇ 변호사가 의뢰인이나 그의 대리인으로부터 위임사무 수행과 밀접하게 관련된 법률적 문제에 관하여 구체적인 질의를 받고 답변과 관련하여 부담하는 의무를 위반한 경우,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 [대법원 2022. 11. 17.선고 2018다300364 판결] 1. 판결의 표시 대법원 2022. 11. 17.선고 2018다300364 판결 2. 판결요지 [1]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그의 대리인으로부터 위임사무 수행과 밀접하게 관련된 법률적 문제에 관하여 구체적인 질의를 받은 경우에는, 법률전문가로서 통상적으로 갖추고 있는 법률지식의 범위에서 성실히 답변하여야 하고, 만일 그러한 질의 사항이 자신의 법률지식과 경험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답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거나 그에 관하여 일반적이거나 확립된 견해와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면, 의뢰인이나 그의 대리인에게 다른 법률전문가에게도 상담을 받도록 조언하거나 적어도 이를 알림으로써 숙고하여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하는데, 변호사가 의뢰인이나 그의 대리인에 대하여 부담하는 위와 같은 의무를 위반한 경우, 개별 사안에서 질의와 답변의 경위나 내용, 동기나 의도, 침해된 이익의 성격과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변호사의 행위가 전문적·합목적적 재량에 유보된 영역의 것이 아니고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윤리성, 사회적 책임성 등에 비추어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때에는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 [2] 甲으로부터 포괄적으로 대리권을 수여받아 乙 법무법인에 甲 소유 부동산의 매매계약 관련 선행소송의 대리사무를 위임한 丙이 乙 법인의 대표변호사이자 선행소송의 담당변호사인 丁에게 선행소송 계속 중 위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것이 적법한지 문의하여 丁으로부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듣고 위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였는데, 그 후 이로 인해 甲과 丙이 배임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자 丁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丁은 위 부동산 처분이 소송물이나 공격방어방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등을 설명하는 한편,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에 따를 경우 배임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음을 법률전문가의 입장에서 성실히 고지해 주었어야 하는데도 선행소송 제1심에서 패소한 이후에도 만연히 승소를 장담하면서 위 부동산을 매도하는 것에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대답하였고 형사처벌의 가능성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丁의 답변을 신뢰한 甲과 丙이 위 부동산 처분으로 형사처벌을 받아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었으므로, 위와 같은 丁의 답변행위는 그 경위나 내용, 침해된 甲과 丙의 이익의 성격과 내용 등에 비추어 소송대리사무를 수행하는 변호사가 보유하는 전문적·합목적적 재량에 유보된 영역의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윤리성, 사회적 책임성 등에 현저히 반하는 것이어서 위법하므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3. 해설 (1) 사안의 배경 원고 丙은 2011. 3. 2. 고령의 아버지인 원고 甲(1914년생)을 대리하여 소외인 등에게 원고 甲 소유의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매도하였고(이하 ‘제1매매계약’이라 한다), 2011. 7. 5. 중도금을 수령하였으나, 이후 계약이 이행되지 않고 있었다. 소외인 등은 2013년 원고 甲을 상대로 제1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이하 ‘선행소송’이라 한다). 이에 원고 丙은 원고 甲을 대리하여 법무법인 乙에 선행소송 제1심 소송대리 사무를 위임하면서 그 보수[착수금으로 3,000만 원(부가가치세 별도), 성과보수금으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가 기각될 경우 1억 원(부가가치세 별도), 상대방과 합의할 경우 8억 원과 합의금의 차액 중 40%를 대출받아 지급하는 내용이다]의 지급의무를 연대보증하였고, 법무법인 乙은 대표변호사인 피고 丁을 담당변호사로 지정하였다. 선행소송 제1심법원은 2014. 2. 6. 원고 甲이 소외인 등으로부터 잔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소외인 등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제1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여 甲은 패소하였다. 원고 丙은 제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원고 甲을 대리하여 법무법인 乙에 선행소송 항소심 소송대리 사무를 위임하면서 보수지급의무를 연대보증 하였고, 법무법인 乙은 다시 피고 丁을 담당변호사로 지정하고 항소장을 제출하였다. 원고 丙은 항소할 무렵인 2014. 2.경 피고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는 것이 적법한지 문의하였는데, 피고 丁은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 甲은 2014. 2. 11. 영농조합법인 A에 부동산을 매도하기로 하는 ‘제2매매예약’을 하고, 같은 날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마쳐주었다. 다만 원고 甲은 제2매매예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자 2014. 4. 23. 이를 해제하였고 같은 날 위 가등기도 말소되었다. 원고 丙은 2014. 5.경 다시 피고 丁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에 문제가 없는지 문의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 丁은 “소송 중이어도 괜찮다고요, 소송 중이어도 매매하는 거 괜찮다고요.”, “소송 중에 매매해도 상관없다니까요.”, “가져가면 그걸로 된다고, 그걸로 끝이고.”, “그러면 이쪽, 이쪽 소송에서는 이쪽 소송 결과 그렇게 불리하지 않고 내가, 거의 이겨요, 거의 100% 승소가 되니까.”, “넘겨버리면 문제없어요. 법적으로 문제없고 만약에 뭐 소송은 별도야, 소송별도. 그 사람은 아무 문제없어요. 매매 문제없다고요.”라는 등의 답변을 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 甲은 2014. 5. 30. 영농조합법인 B에 이 사건 각 부동산을 포함한 3필지의 부동산을 매도하고(이하 ‘제3매매계약’이라 한다), 2014. 7. 21.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선행소송 항소심법원은 2014. 12. 4. 원고 甲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제1심판결은 상고심을 거쳐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아가 원고들은 ‘제2매매예약’과 ‘제3매매계약’을 각 체결하고 등기를 마쳐준 행위에 대하여 수사와 재판을 받은 끝에 2016. 3. 31. 배임죄로 유죄판결(각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을 받았고 그 판결 역시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에 원고 甲과 丙은 피고 丁을 상대로 변호사가 잘못된 조언을 하고 이에 따랐다가 형사처벌을 받았으므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2) 관련 법리 대법원은 변호사의 신분적 지위와 직무수행의 방법과 한계, 의뢰인에 대한 의무의 목적과 성격 등을 종합하면,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그의 대리인으로부터 위임된 소송의 소송물 또는 공격방어방법, 후속 분쟁 발생 가능성 등의 측면에서 위임사무 수행과 밀접하게 관련된 법률적 문제에 관하여 구체적인 질의를 받은 경우에는, 그것이 직접적인 수임사무는 아니더라도 해당 질의 사항이 가지고 있는 법률적인 문제점, 그들의 선택에 따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상황과 현재 수행하는 소송에 미칠 영향, 만일 형사처벌이 문제될 여지가 있다면 그 위험성 등을 당시 인식할 수 있었던 상황과 법률전문가로서 통상적으로 갖추고 있는 법률지식의 범위에서 성실히 답변하여야 한다. 그리고 만약 그러한 질의 사항이 자신의 법률지식과 경험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답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거나 그에 관하여 일반적이거나 확립된 견해와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면, 의뢰인이나 그의 대리인에게 다른 법률전문가에게도 상담을 받도록 조언하거나 적어도 이를 알림으로써 숙고하여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할 것인데, 변호사가 의뢰인이나 그의 대리인에 대하여 부담하는 위와 같은 의무를 위반한 경우, 개별 사안에서 질의와 답변의 경위나 내용, 동기나 의도, 침해된 이익의 성격과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변호사의 행위가 전문적·합목적적 재량에 유보된 영역의 것이 아니고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윤리성, 사회적 책임성 등에 비추어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때에는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 . (3) 대법원의 판단 가. 이 사건에서 원고 甲의 딸인 원고 丙은 100세가량인 원고 甲으로부터 포괄적으로 대리권을 수여받아 법무법인 乙에 선행소송 대리사무를 위임하고 보수지급의무까지 연대보증 하였으며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제반 업무를 처리하였다. 법무법인 乙의 대표변호사로서 선행소송 담당변호사로 지정되기도 한 피고 丁은 원고 丙과 줄곧 소송위임 및 그 수행에 관한 연락을 주고받았으므로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 丁은 원고 丙으로부터 선행소송 계속 중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이 적법한지 위임사무 수행과 밀접하게 관련된 법률적 문제에 관하여 구체적 질의를 받았으므로, 그러한 처분이 소송물이나 공격방어방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상대방의 이행불능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로의 청구변경 및 원고들의 손해 확대 가능성 등) 등을 설명하는 한편,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에 따를 경우 배임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음을 법률전문가의 입장에서 성실히 고지해 주었어야 한다. 그런데도 피고 丁은 선행소송 제1심에서 패소한 이후에도 만연히 승소를 장담하면서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매도하는 것에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대답하였고, 원고 甲과 丙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피고 丁이 당초 부동산 이중매매의 배임죄 성립 요건 및 기수시기에 관한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과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다거나 그러한 사정을 원고 甲과 丙에게 알려주었다고 볼 자료도 없다. 종래 아무런 전과가 없었고 고액의 보수를 지급하기로 한 원고 甲과 丙은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 겸 담당변호사인 피고 丁의 답변을 신뢰하고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처분한 탓에 배임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거쳐 형사처벌을 받으면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었다. 위와 같은 피고 丁의 답변행위는 그 경위나 내용, 침해된 원고들의 이익의 성격과 내용 등에 비추어 소송대리사무를 수행하는 변호사가 보유하는 전문적·합목적적 재량에 유보된 영역의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윤리성, 사회적 책임성 등에 현저히 반하는 것이어서 위법하므로 원고 甲과 丙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 원심은 마찬가지 취지에서 피고가 원고들의 질의에 대하여 형사처벌 위험성을 고지할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원고들로 하여금 유죄판결을 받고 정신적 고통을 겪게 하였으므로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변호사의 업무 범위와 선관주의의무, 배임죄에 관하여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023.02.21 -
기타 · 판례
피고인들이 마약류를 매매, 수수, 소지하였다는 이유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경우, ‘마약류 사범’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전제로 한 이수명령을 병과 할 수 있는지 여부 [
◇ 피고인들이 마약류를 매매, 수수, 소지하였다는 이유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경우, ‘마약류 사범’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전제로 한 이수명령을 병과 할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22도9737 판결] 1. 판결의 표시 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22도9737 판결 2. 판결요지 피고인들이 마약류를 매매, 수수, 소지하였다는 이유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이 마약류의 투약, 흡연 또는 섭취한 행위로 기소되지 않은 이상 ‘마약류사범’이 아니므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40조의2 제2항에 따른 이수명령을 할 수 없는데도 피고인들에게 유죄판결을 하면서 이수명령을 병과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판결에는 ‘마약류사범’의 의미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제1심판결 중 이수명령 부분을 파기하기로 한다. 3. 해설 (1) 사안의 배경 가. 피고인 A, 피고인 B의 공동범행 피고인 A와 피고인 B는 마약류 취급자가 아님에도 대마,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일명 ‘필로폰’, 이하 ‘필로폰’이라 함), 향정신성의약품인 MDMA(일명 ‘엑스터시’, 이하 ‘엑스터시’라 함) 등을 인터넷을 통하여 구입한 후 이를 되팔아 그 수익금을 나눠 갖기로 공모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인 A가 2019. 10. 29.경 창원시 의창구 D건물 E호에서 C에게 대마초 40g과 필로폰 10g을 건네주어 이를 수수한 것을 비롯하여,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그때부터 2020. 4. 10.경까지 총 16회에 걸쳐 대마초, 필로폰, 엑스터시, 향정신성의약품인 LSD,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포함된 합성대마를 C에게 수수하거나 F 등에게 매도하였다. 나. 피고인 A 피고인 A는 2020. 7. 8. 08:18경 창원시 진해구 G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번호 1 생략) 크라이슬러 승용차 뒷자리에 필로폰 4.05g을 두어 이를 소지하였다. 다. 피고인 C 피고인 C는 2019. 10. 29.경 창원시 의창구 D건물 E호에서 A로부터 대마초 40g, 필로폰 10g을 건네받아 수수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20. 2. 21.경까지 총 11회에 걸쳐 A로부터 대마초 또는 필로폰, 엑스터시, LSD, 합성대마를 각 수수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과 제1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이수명령 부분을 파기하였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마약류관리법’이라고 한다)은 ‘마약류사범’에 대하여 선고유예 외의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경우 재범예방에 필요한 교육의 수강명령이나 재활교육 프로그램의 이수명령을 병과하도록 규정하였다(제40조의2 제2항). 여기서 말하는 ‘마약류사범’이란 마약류를 투약, 흡연 또는 섭취한 사람을 가리킨다(마약류관리법 제40조의2 제1항). 그런데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마약류를 매매, 수수, 소지하였다는 것뿐이다. 피고인들이 마약류의 투약, 흡연 또는 섭취한 행위로 기소되지 않은 이상 ‘마약류사범’이 아니므로 마약류관리법 제40조의2 제2항에 따른 이수명령을 할 수 없다. 피고인들에게 유죄판결을 하면서 이수명령을 병과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판결에는 ‘마약류사범’의 의미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이수명령 부분을 파기하되, 이 부분은 이 법원이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자판하기로 하고, 앞서 본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이수명령을 할 수 없는데도 이를 병과한 제1심판결은 위법하므로, 제1심판결 중 이수명령 부분을 파기하기로 한다고 판시하였다.
2023.02.21 -
기타 · 판례
국외여행허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병역법 위반죄를 범하고 국외에 체류 중인 범인에게 공소시효가 정지되는지 여부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19도5925 판결]
◇ 국외여행허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병역법 위반죄를 범하고 국외에 체류 중인 범인에게 공소시효가 정지되는지 여부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19도5925 판결] 1. 판결의 표시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19도5925 판결 2. 판결요지 대법원은 국외여행허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병역법 위반죄는 즉시범으로서 본 죄의 공소시효는 범행종료일인 국외여행허가기간 만료일부터 진행하지만, 공소시효 정지 규정인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의 취지에 비추어 범인이 국외에 있는 것이 형사처분을 면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있고, 위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과 양립할 수 없는 범인의 주관적 의사가 명백히 드러나는 객관적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국외 체류기간 동안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은 계속 유지된다고 판시하였다. 3. 해설 (1) 사안의 배경 피고인 甲은 14세에 미국으로 출국하여 체류하던 중 18세가 되어 제1국민역에 편입됨에 따라 당시 시행 중이던 병역법에 의하여 병무청장으로부터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다음 4차례에 걸쳐 기간연장허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피고인 甲은 최종 국외여행허가기간 만료일인 2002년 12월 31일 이후 기간연장허가를 받지 않고 미국에 계속 체류하였다. 이에 광주·전남지방병무청장은 피고인에 대한 국외여행허가기간 만료 후인 2003년 1월 10일과 같은 해 2월 10일에 피고인에 대한 귀국보증인들(피고인의 외조부와 외조부의 지인)에게 각 국외여행 미귀국통지서를 송부하였다. 피고인 甲은 2005년경 비자기간이 만료된 후 학업을 중단하여 비자기간연장을 받지 못하게 되자 불법체류 상태로 입영의무 등이 면제되는 연령인 36세에 이르는 날(2012년 11월 15일)을 넘어 2017년 4월 18일 귀국할 때까지 장기간 미국에서 체류하였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을 구 병역법 제70조 제3항, 제94조에서 규정하는 국외여행허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병역법 위반죄로 기소하였고, 제1심은 피고인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검사가 제1심 판결의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원심은 검사의 항소이유에 앞서 직권판단으로 피고인에게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면소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검사가 상고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공소시효 정지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의 입법 취지는 범인이 우리나라의 사법권이 실질적으로 미치지 못하는 국외에 체류한 것이 도피의 수단으로 이용된 경우에 체류기간 동안 공소시효 진행을 저지하여 범인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형벌권을 적정하게 실현하는 데 있으므로, 위 규정이 정한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은 국외 체류의 유일한 목적으로 되는 것에 한정되지 않고 범인이 가지는 여러 국외 체류 목적 중에 포함되어 있으면 족하고, 범인이 국외에 있는 것이 형사처분을 면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있고, 위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과 양립할 수 없는 범인의 주관적 의사가 명백히 드러나는 객관적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국외 체류기간 동안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은 계속 유지된다(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도4101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였다. 원심은 직권 판단으로, 이 사건 범행은 최종 국외여행허가기간 만료일인 2002년 12월 31일경 종료하여 공소시효가 그때부터 진행하며 3년이 경과함에 따라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면소판결을 선고하였고, 피고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었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증명이 없다고 덧붙여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원심판단에 공소시효 정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2023.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