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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울산경제

유류분을 아십니까?



 

 ▲법무법인 YK 이영재 변호사

 

우리 민법 상속 편에는 유류분(遺留分)이라는 제도를 마련해두고 있다. 유류분이란 법정상속분 중 일정 비율을 가리킨다. 유류분제도는 사망한 사람이 생전에 증여하거나 유언을 통해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는 있지만, 일정한 범위의 상속인에게 법정상속분 중 일정 비율(유류분)을 남겨두지 않은 채 다른 상속인이나 제삼자에게 처분하고 사망하면 그 법정상속분 중 일정 비율(유류분)을 받지 못하거나 덜 받은 상속인이 더 많이 받아 간 사람을 상대로 그 부족분을 반환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1977년에 유류분제도를 도입하였다. 2010년 4월 우리 헌법재판소는 유류분제도가 사망한 사람의 재산처분 자유, 유언의 자유와 유족의 상속권 확보에 의한 생활 보장 필요성의 타협 산물이고, 사망한 사람의 재산처분행위로부터 유족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장하려는 것이 입법 취지라고 판단하였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장남에게만 전 재산을 물려주고 사망하였는데 유족으로는 어머니와 딸 2명, 아들 2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어머니의 법정상속분은 자녀의 1.5배이고, 자녀들의 법정상속분은 동등하다. 따라서 어머니의 법정상속분은 1.5/5.5, 4명 자녀의 법정상속분은 각각 1/5.5가 되는데 어머니, 자녀의 유류분은 각각 법정상속분의 1/2이다. 따라서 다른 자녀들은 장남을 상대로 법정상속분인 1/5.5의 1/2인 0.5/5.5만큼, 어머니는 장남을 상대로 법정상속분인 1.5/5.5의 1/2인 0.75/5.5 반환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우리 전통 관습법에는 유류분 제도가 없었고, 일제강점기에도 조선에는 유류분 관습이 없다면서 일본 민법의 유류분 규정은 의용되지 않았다. 우리 입법자는 1958년 민법을 제정할 때도 다른 나라에 유류분 제도가 있는 것을 잘 알면서 우리 법제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참고로 민법 제정 논의 당시 여성단체는 여성의 권리 보장을 위해 도입을 주장했었다.

 

1977년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논의되었던 근거로는, 사려 깊지 못한 유증으로 인하여 부양가족의 생계가 곤란해지는 위험을 방지해야 한다는 점, 상속 재산은 유족의 공헌 산물이므로 그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과 함께 여권 신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아직도 딸이 상속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여성이 남성 형제를 상대로 유류분 권리가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필자가 겪은 유류분 상담은 대부분 사망자의 딸이 아들을 상대로 권리 주장이 가능한지 의뢰한 것들이다.

 

그러나 농경사회 대가족에서 급격하게 산업사회 핵가족, 1인 가정으로 가정과 가족의 개념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가족 간 유대나 공동체 의식도 옅어지고 있고 재산 형성에 가족 간 협력이 없는 경우도 많다. 또한 무분별하지 않은 사망자의 재산 선택권은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1977년 제도 도입으로 실현하고자 했던 목적이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는 회의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가족들의 기여로 형성된 재산을 가부장 명의로 등재해둔 가정이 많고, 가산은 장남에게 승계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 따라서 유류분 제도는 존속시키되 현대사회에 맞게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우선 형제자매를 유류분 권리자에서 제외하는 방안은 필요하다. 사망자에게 자녀나 부모가 없는 경우 사망자의 형제자매가 상속받게 되는데, 그러한 형제자매까지 유류분을 보장하는 것은, 현대사회에는 형제자매가 공동 경제생활을 하거나 상호 부양하는 경우는 적기 때문에 필요성이 낮다. 따라서 법무부는 지난 2021년 이러한 형제자매 간 유류분 인정은 삭제하기로 입법 예고하였다.

 

그 외에도 배우자의 유류분율을 현행 1/2보다 높이는 방안도 필요하다. 현재는 자녀와 비율이 동등하지만, 남성이 먼저 사망하고 여성이 남겨진 상속이 많고 여성은 상속재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이혼 시 재산분할과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또한 자녀도 미성년, 질병 등 이유로 사망자가 부양했던 경우만 인정하거나 가업승계나 공익기부 등 정당한 동기가 있는 경우는 유류분율을 감축하도록 하는 것도 논의되고 있는데 긍정적인 면이 크다고 본다. 

 

기사링크: http://www.ulkyung.kr/news/articleView.html?idxno=18240

20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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