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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판례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서 인과관계의 증명의 정도 및 형사재판에서의 인과관계에 관한 판단이 동일 사안의 민사재판과 달라질 수 있는지 여부[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1도1833 판결]
1. 판결의 표시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1도1833 판결 2. 판결요지 [1] 의사에게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료행위 과정에서 공소사실에 기재된 업무상과실의 존재는 물론 그러한 업무상과실로 인하여 환자에게 상해·사망 등 결과가 발생한 점에 대하여도 엄격한 증거에 따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검사는 공소사실에 기재한 업무상과실과 상해·사망 등 결과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하고, 의사의 업무상과실이 증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인과관계가 추정되거나 증명 정도가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형사재판에서는 인과관계 증명에 있어서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을 요하므로 그에 관한 판단이 동일 사안의 민사재판과 달라질 수 있다. [2]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인 피고인이 수술실에서 환자인 피해자 갑(73세)에게 마취시술을 시행한 다음 간호사 을에게 환자의 감시를 맡기고 수술실을 이탈하였는데, 이후 갑에게 저혈압이 발생하고 혈압 회복과 저하가 반복됨에 따라 을이 피고인을 수회 호출하자, 피고인은 수술실에 복귀하여 갑이 심정지 상태임을 확인하고 마취해독제 투여, 심폐소생술 등의 조치를 취하였으나, 갑이 심정지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에 의사의 업무상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증명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인의 업무상과실치사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가. 원심은 피해자에게 마취가 진행되는 동안 마취간호사도 아니고 마취간호 업무를 시작한 지 2~3개월밖에 안 된 간호사 공소외인에게 환자의 감시 업무를 맡긴 채 다른 수술실로 옮겨 다니며 다른 환자들에게 마취시술을 하고, 피해자의 활력징후 감시 장치 경보음을 들은 공소외인으로부터 호출을 받고도 신속히 수술실로 가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등 마취유지 중 환자감시 및 신속한 대응 업무를 소홀히 한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 판단에 의료행위에 있어서 업무상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그러나 원심이 피고인의 업무상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한다고 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의사에게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료행위 과정에서 공소사실에 기재된 업무상과실의 존재는 물론 그러한 업무상과실로 인하여 환자에게 상해·사망 등 결과가 발생한 점에 대하여도 엄격한 증거에 따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116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검사는 공소사실에 기재한 업무상과실과 상해·사망 등 결과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하여야 하고, 의사의 업무상과실이 증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인과관계가 추정되거나 증명 정도가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형사재판에서는 인과관계 증명에 있어서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을 요하므로 그에 관한 판단이 동일 사안의 민사재판과 달라질 수 있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102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의 이유를 위와 같은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해자는 2015. 12. 30. 10:25경 혈압이 약 70/42㎜Hg로 저하되어 혈압상승제인 에페드린 10㎎을 투여받고 혈압이 상승하였으나 다시 10:45경 약 75/55㎜Hg로 저하되었고, 다시 에페드린 10㎎을 투여받고 혈압이 유지되었으나 11:00경 다시 약 80/55㎜Hg로 저하되었으며, 또 다시 에페드린 5㎎을 투여받았으나 11:15경 피해자의 혈압이 측정되지 않으면서 심박수, 동맥혈산소포화도가 급격히 저하된 후 사망에 이르렀다.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부검이 이루어졌음에도 피해자의 사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같이 피해자는 반복적인 혈압상승제 투여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계속적으로 혈압 저하 증상을 보이다가 사망하였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를 관찰하거나 간호사의 호출을 받고 신속히 수술실에 가서 대응하였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더 할 수 있는지, 그러한 조치를 취하였다면 피해자가 심정지에 이르지 않았을 것인지 알기 어렵다. 그리고 피해자에게 심정지가 발생하였을 때 피고인이 피해자를 직접 관찰하고 있다가 심폐소생술 등의 조치를 하였더라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 대한 증명도 부족하다. 결국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업무상과실로 피해자가 사망하게 되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업무상과실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하였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원심의 위 판단에는 의사의 업무상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증명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023.12.22 -
기타 · 판례
모발감정결과에 기초한 투약가능기간 추정 방법의 문제 및 마약류 투약범죄에서 모발감정결과만을 토대로 마약류 투약기간을 추정하고 유죄로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도8024 판결]
1. 판결의 표시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도8024 판결 2. 판결요지 [1] 마약류 투약사실을 밝히기 위한 모발감정은 검사 조건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변수가 작용할 수 있고, 그 결과에 터 잡아 투약가능기간을 추정하는 방법은 모발의 성장속도가 일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개인에 따라 적지 않은 차이가 있고, 동일인이라도 모발의 채취 부위, 건강상태 등에 따라 편차가 있으며, 채취된 모발에도 성장기, 휴지기, 퇴행기 단계의 모발이 혼재함으로 인해 정확성을 신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또한 모발감정결과에 기초한 투약가능기간의 추정은 수십 일에서 수개월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은데, 마약류 투약범죄의 특성상 그 기간 동안 여러 번의 투약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볼 때, 그와 같은 방법으로 추정한 투약가능기간을 공소 제기된 범죄의 범행시기로 인정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투약 시마다 별개의 범죄를 구성하는 마약류 투약범죄의 성격상 이중기소 여부나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판단하는 데에도 곤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모발감정결과만을 토대로 마약류 투약기간을 추정하고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 [2] 피고인 갑이 마약류취급자가 아님에도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을 물에 희석하여 일회용 주사기에 넣고 주사하는 방법으로 투약했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갑의 모발에 대한 감정에서 필로폰이 검출되었다는 사정과 갑이 사용하던 차량을 압수·수색하여 발견된 주사기에서 필로폰이 검출된 사정만으로 필로폰 투약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 증거재판주의, 자유심증주의 원칙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판례해설 (1) 사안의 배경 가. 서울관악경찰서는 피고인에 대하여 ‘2020. 1.경, 2020. 4.경 및 2020. 6.경 필로폰 투약의 점’에 관한 피의사실로 수사를 하였고, 2021. 7. 3. 피고인이 사용하던 차량(차량번호 생략) 및 주거지를 압수·수색하였으나, 피의사실에 관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나. 서울관악경찰서는 2021. 7. 3. 피고인의 소변과 모발을 압수하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였는데, ① 소변에서는 필로폰이 검출되지 않았고, ② 길이 4~7㎝가량의 모발 약 20㎎에서는 필로폰이 검출되었으나, 모발의 구간별 또는 절단모발로 감정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결국 피고인에 대하여 ‘2020. 1.경, 2020. 4.경 및 2020. 6.경 필로폰 투약의 점’에 관한 피의사실에 관하여 공소가 제기되지 않았다. 다. 서울도봉경찰서는 2021. 8. 5.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판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치상)의 점 등 피의사실을 수사하기 위해 위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였는데, 트렁크에서 소형주사기 9개, 알루미늄 호일, 고무호스, 담배 등이 발견되었다. 라. 서울도봉경찰서는 2021. 8. 24. 판시 필로폰 투약의 점에 관한 수사를 위하여 피고인의 소변과 모발을 압수한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였는데, ① 소변에서는 필로폰이 검출되지 않았고, ② 길이 6~9㎝가량의 모발 약 90㎎ 중, ㉮ 모근부위에서 길이 약 3㎝까지의 절단모발, ㉯ 모근부위 길이 약 3㎝에서 길이 약 6㎝까지의 절단모발, ㉰ 모근부위 길이 약 6㎝에서 끝까지의 절단모발에서 모두 필로폰이 검출되었다. 한편 압수된 소형주사기 9개 중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2개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었고, 그중 1개에서 ‘인혈 양성반응’이 나왔으나, 2개 모두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지는 않은 반면 다수인의 DNA가 혼합 검출되었다. 마. 피고인은 수사과정 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판시 필로폰 투약의 점을 부인하였고,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의 양쪽 팔 부분에 대해 여러 차례 근접 촬영이 이루어졌으나 주사 자국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바. 위 차량은 피고인이 소속된 법인 명의로 등록된 것이었고, 피고인은 일관되게 ‘이 차량은 아는 지인이 몇 번 빌려가서 운행을 한 적이 있다. 여자 친구인 공소외인도 탑승하기도 해서, 차량 내 물품 중 일부는 공소외인의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이는 위 차량을 자신이 독점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관악경찰서 및 서울도봉경찰서에서 실시한 위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과정에서 공소외인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 신분증, 신발 등 여성용 소지품이 다수 발견되었고, 피고인과 공소외인이 함께 위 차량에 탑승한 상태가 촬영된 CCTV도 확인되었다. 사. 이 부분 공소사실의 투약 일시는 서울관악경찰서가 피고인의 소변·모발을 압수한 다음 날부터 서울도봉경찰서가 위 차량을 수색한 날까지로 특정되어, 원심 공판과정에서 공소장변경절차가 이루어졌다. 원심은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상고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가. 관련 법리 마약류 투약사실을 밝히기 위한 모발감정은 검사 조건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변수가 작용할 수 있고, 그 결과에 터 잡아 투약가능기간을 추정하는 방법은 모발의 성장속도가 일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개인에 따라 적지 않은 차이가 있고, 동일인이라도 모발의 채취 부위, 건강상태 등에 따라 편차가 있으며, 채취된 모발에도 성장기, 휴지기, 퇴행기 단계의 모발이 혼재함으로 인해 정확성을 신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또한 모발감정결과에 기초한 투약가능기간의 추정은 수십 일에서 수개월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은데, 마약류 투약범죄의 특성상 그 기간 동안 여러 번의 투약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볼 때, 그와 같은 방법으로 추정한 투약가능기간을 공소 제기된 범죄의 범행시기로 인정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매 투약 시마다 별개의 범죄를 구성하는 마약류 투약범죄의 성격상 이중기소 여부나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판단하는 데에도 곤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모발감정결과만을 토대로 마약류 투약기간을 추정하고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7도44 판결 참조). 나. 사안의 판단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판시 필로폰 투약의 점을 유죄로 본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1) 서울관악경찰서의 2021. 7. 3. 자 압수·수색에 따른 피고인의 모발에 대한 감정의뢰회보는 그 이전에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길이 4~7㎝가량의 모발에 대해 구간별 또는 절단모발로 감정이 이뤄지지 않은 이상, 필로폰의 투약시점을 특정할 수 없음은 물론 모근부위부터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필로폰이 검출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 2) 서울도봉경찰서의 2021. 8. 24. 자 압수·수색에 따른 피고인의 모발에 대한 감정의뢰회보도 그 이전에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길이 6~9㎝가량의 모발의 모근부위부터 3㎝ 단위로 절단한 3개 구간에서 모두 필로폰이 검출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인 ‘2021. 7. 4.경부터 2021. 8. 5.경까지 필로폰 투약의 점’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개인의 연령·성별·인종·영양상태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모발이 평균적으로 한 달에 1㎝ 정도 자란다고 알려져 있는바, 서울관악경찰서의 2021. 7. 3. 자 압수·수색에 따른 피고인의 모발에 대한 감정의뢰회보에 따르면, 피고인의 일부 모발에 대해 모근부위부터 최대 7㎝까지 필로폰이 검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이상,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필로폰을 투약하지 않았더라도 약 1개월 21일이 경과된 후인 2021. 8. 24. 자 압수·수색에 따라 모근부위 길이 1㎝ 지점부터 최대 9㎝ 지점까지 필로폰이 검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모근부위 길이 1㎝ 지점부터 최대 9㎝ 지점까지 필로폰이 검출되었다면, 앞서 본 2021. 8. 24. 자 압수·수색에 따른 피고인의 모발에 대한 감정의뢰회보와 같이 ㉮ 모근부위에서 길이 약 3㎝까지의 절단모발, ㉯ 모근부위 길이 약 3㎝에서 길이 약 6㎝까지의 절단모발, ㉰ 모근부위 길이 약 6㎝에서 끝까지의 절단모발에서 모두 필로폰이 검출된 결과와도 배치된다고 보기 어려운바, 그렇다면 서울도봉경찰서의 2021. 8. 24. 자 압수·수색에 따른 피고인의 모발에 대한 감정의뢰회보는 서울관악경찰서의 2021. 7. 3. 자 압수·수색에 따른 피고인의 모발에 대한 감정의뢰회보와 사실상 동일한 내용에 불과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3) 더욱이 이 부분 공소사실에 기재된 투약 방법은 ‘약 0.03g 상당을 물에 희석하여 일회용 주사기에 넣고 팔 부분에 주사하였다.’는 취지이지만, 피고인이 일관되게 이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투약 방법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보이지 않는 반면, 앞서 본 바와 같이 2021. 8. 24. 자 압수·수색에 따른 피고인의 소변에 대한 감정의뢰회보에서도 필로폰이 검출되지 않았음은 물론 위 차량에서 발견된 소형주사기에서도 피고인의 사용을 추단케 할 만한 DNA 등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의 양쪽 팔 부분에 대해 여러 차례 근접 촬영이 이루어졌음에도 주사 자국조차 발견되지 못한 점 등은 오히려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정황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 또한 압수물 중 알루미늄 호일, 고무호스 등을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하는 데 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별다른 증거도 없다. 4) 피고인이 일관되게 위 차량을 여러 사람이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피고인만이 이를 독점적으로 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반면, 앞서 본 바와 같이 여자 친구 공소외인이 위 차량에 탑승하거나 이를 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증거와 함께 압수된 소형주사기에서도 다수인의 DNA가 혼합 검출된 점에 비추어 피고인 이외의 다수인이 위 차량을 사용하였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이상, 위 차량에서 발견된 소형주사기 및 거기서 필로폰이 검출되었다는 사정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에 해당한다고 선뜻 단정하기도 어렵다. 결국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는 증거재판주의, 자유심증주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위반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023.12.22 -
기타 · 판례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0도6492 판결]
1. 판결의 표시 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0도6492 판결 2. 판결요지 비의료인에 해당하여 의료기관 개설자격 없는 피고인이, 형식적으로 갑 의료법인을 인수하여 법인 산하 을 요양병원의 운영권을 인계받은 다음 실질적으로는 피고인 자신이 을 병원의 운영을 주도적으로 담당함으로써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을 병원을 개설·운영하였다고 하여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을 병원 직원들의 체불임금 지급을 위한 자금을 출연하면서 갑 법인을 인수한 다음 의료기관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주도적으로 처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탈법적인 수단으로 을 병원을 개설·운영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개설자격 위반 의료기관 개설로 인한 의료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판례해설 (1) 사안의 배경 피고인은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하 ‘비의료인’)에 해당하여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음에도, 형식적으로 의료법인 A 의료재단(이하 ‘이 사건 의료법인’)을 인수하여 재단 산하 B 요양병원(이하 ‘이 사건 의료기관’) 운영권을 인계받은 다음, 실질적으로는 피고인 자신이 이 사건 의료기관 운영을 주도적으로 담당함으로써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인 것처럼 가장한 채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이 사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원심은, 피고인이 가족이나 지인을 이 사건 의료법인 이사로 선임하고 명목상의 이사장을 내세워 이사회를 전혀 개최하지도 않은 채 이 사건 병원의 인사, 회계, 자금관리 등 운영에 관한 최종 결정권자로서 업무 전반을 주도한 점, 이사회 결의 없이 법인자금을 지출하는 등 법인자금과 개인자금을 혼용한 점 등의 사정을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가. 관련 법리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개설·운영하였다고 판단하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점을 기본으로 하여, 비의료인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정은,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경우이거나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여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면 인정될 수 있다. 그중 전자의 경우, 비의료인이 실질적인 재산출연 없이 주무관청인 시·도지사를 기망하여 의료법인 설립허가를 받는 등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시설과 자금이 없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의 외형만을 갖추기 위하여 설립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한 채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 자신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후자의 경우, 형식적으로는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이 개설·운영되었더라도,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지배하면서 의료기관 운영수익 등을 상당한 기간 동안 부당하게 유출하는 등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공공성, 비영리성을 전제로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부여받은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의료법인 설립과정에 하자가 있었다는 사정이나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재산을 일시적으로 유출하였다는 정황만을 근거로 곧바로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의료법인 설립과정의 하자가 의료법인 설립허가에 영향을 미치거나 의료기관 개설·운영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는 것인지 여부나 의료법인의 재산이 유출된 정도, 기간, 경위 및 이사회 결의 등 정당한 절차나 적정한 회계처리 절차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에 이르러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7. 17. 선고 2017도180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사안의 판단 1) 피고인이 이 사건 의료기관 직원들의 체불임금 지급을 위한 자금을 출연하면서 이 사건 의료법인을 인수한 다음 의료기관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주도적으로 처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탈법적인 수단으로 이 사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고, 실체를 갖추지 못한 의료법인을 악용한 경우 또는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여야 한다. 2) 그런데 기록상 이 사건 의료법인의 인수과정에 하자가 있었다거나 재산출연에 관한 문제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3) 피고인이 이사회 결의 없이 이 사건 의료법인 계좌를 통한 자금 혼용을 해 온 사정이 있어 이 사건 의료법인의 재산이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유출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 인정 사실만으로는 정상적인 회계처리 등을 거치지 않은 채 입출금한 자금의 규모, 기간, 경위, 피고인이 이 사건 의료기관의 운영과 무관하게 사적으로 법인재산을 유출하였는지 등이 명백히 밝혀진 것으로 보기 어려워, 이 사건 의료법인의 재산과 피고인 개인재산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거나 실질적 관점에서 이 사건 의료법인의 재산이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유출되어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함으로써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심리하여 이 사건 의료법인의 재산이 상당한 기간 동안 부당하게 유출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개설자격 위반 의료기관 개설로 인한 의료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023.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