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9. 한국경제에 법무법인 YK 이인석 대표변호사의 기고문이 게재되었습니다.

한때 누군가의 희망이자 가족의 생계였던 평범한 동네 피자 가게가 끔찍한 비극의 현장이 됐다. 한계 상황에 내몰린 가맹점주가 휘두른 흉기에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자영업자의 꿈이 악몽으로 변해버린 이 참혹한 사건을 그저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모세혈관인 수많은 자영업자가 처한 현실과,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가맹사업 구조적 모순이 빚어낸 예고된 참사에 가깝다.
사건의 발단은 본사의 과도한 인테리어 리뉴얼 요구와 비용 압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가맹사업 시스템의 가장 어두운 단면인 '필수품목' 제도와 직결된다. 가맹본부는 브랜드의 통일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가맹점주에게 특정 품목을 자신들로부터만 구매하도록 강제한다.
필수품목 범위는 품질과 무관한 영역까지 무한히 확장된다. 시중에서 더 싸게 구할 수 있는 냅킨, 포크, 주방 세제, 전용 카드결제단말기(POS), 인테리어 시공업체까지 필수로 지정해 고가에 판매한다. 더 큰 문제는 품목의 종류와 가격까지 본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점이다. 이는 가맹점주를 '사장'이 아니라 본사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부속품으로 전락시키는 족쇄나 다름없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최근 가맹사업에 뛰어든 사모펀드(PEF)의 등장으로 더욱 악화됐다. BHC 등 유명 브랜드를 인수한 PEF의 우선 목표는 장기 성장이나 가맹점 상생이 아니다. 3~5년 안에 기업가치를 부풀려 되파는 방식의 수익 극대화를 노린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필수품목을 늘리고 가격을 공격적으로 인상해 본사의 매출과 이익을 부풀리는 것이다. 화려한 투자 회수(엑시트) 전략의 비용은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의 피눈물로 전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