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관련 사회 문제 및
이슈에 대해
변호사의 시각에서
해석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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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판례
모발감정결과에 기초한 투약가능기간 추정 방법의 문제 및 마약류 투약범죄에서 모발감정결과만을 토대로 마약류 투약기간을 추정하고 유죄로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도8024 판결]
1. 판결의 표시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도8024 판결 2. 판결요지 [1] 마약류 투약사실을 밝히기 위한 모발감정은 검사 조건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변수가 작용할 수 있고, 그 결과에 터 잡아 투약가능기간을 추정하는 방법은 모발의 성장속도가 일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개인에 따라 적지 않은 차이가 있고, 동일인이라도 모발의 채취 부위, 건강상태 등에 따라 편차가 있으며, 채취된 모발에도 성장기, 휴지기, 퇴행기 단계의 모발이 혼재함으로 인해 정확성을 신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또한 모발감정결과에 기초한 투약가능기간의 추정은 수십 일에서 수개월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은데, 마약류 투약범죄의 특성상 그 기간 동안 여러 번의 투약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볼 때, 그와 같은 방법으로 추정한 투약가능기간을 공소 제기된 범죄의 범행시기로 인정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투약 시마다 별개의 범죄를 구성하는 마약류 투약범죄의 성격상 이중기소 여부나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판단하는 데에도 곤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모발감정결과만을 토대로 마약류 투약기간을 추정하고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 [2] 피고인 갑이 마약류취급자가 아님에도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을 물에 희석하여 일회용 주사기에 넣고 주사하는 방법으로 투약했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갑의 모발에 대한 감정에서 필로폰이 검출되었다는 사정과 갑이 사용하던 차량을 압수·수색하여 발견된 주사기에서 필로폰이 검출된 사정만으로 필로폰 투약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 증거재판주의, 자유심증주의 원칙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판례해설 (1) 사안의 배경 가. 서울관악경찰서는 피고인에 대하여 ‘2020. 1.경, 2020. 4.경 및 2020. 6.경 필로폰 투약의 점’에 관한 피의사실로 수사를 하였고, 2021. 7. 3. 피고인이 사용하던 차량(차량번호 생략) 및 주거지를 압수·수색하였으나, 피의사실에 관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나. 서울관악경찰서는 2021. 7. 3. 피고인의 소변과 모발을 압수하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였는데, ① 소변에서는 필로폰이 검출되지 않았고, ② 길이 4~7㎝가량의 모발 약 20㎎에서는 필로폰이 검출되었으나, 모발의 구간별 또는 절단모발로 감정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결국 피고인에 대하여 ‘2020. 1.경, 2020. 4.경 및 2020. 6.경 필로폰 투약의 점’에 관한 피의사실에 관하여 공소가 제기되지 않았다. 다. 서울도봉경찰서는 2021. 8. 5.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판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치상)의 점 등 피의사실을 수사하기 위해 위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였는데, 트렁크에서 소형주사기 9개, 알루미늄 호일, 고무호스, 담배 등이 발견되었다. 라. 서울도봉경찰서는 2021. 8. 24. 판시 필로폰 투약의 점에 관한 수사를 위하여 피고인의 소변과 모발을 압수한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였는데, ① 소변에서는 필로폰이 검출되지 않았고, ② 길이 6~9㎝가량의 모발 약 90㎎ 중, ㉮ 모근부위에서 길이 약 3㎝까지의 절단모발, ㉯ 모근부위 길이 약 3㎝에서 길이 약 6㎝까지의 절단모발, ㉰ 모근부위 길이 약 6㎝에서 끝까지의 절단모발에서 모두 필로폰이 검출되었다. 한편 압수된 소형주사기 9개 중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2개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되었고, 그중 1개에서 ‘인혈 양성반응’이 나왔으나, 2개 모두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지는 않은 반면 다수인의 DNA가 혼합 검출되었다. 마. 피고인은 수사과정 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판시 필로폰 투약의 점을 부인하였고,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의 양쪽 팔 부분에 대해 여러 차례 근접 촬영이 이루어졌으나 주사 자국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바. 위 차량은 피고인이 소속된 법인 명의로 등록된 것이었고, 피고인은 일관되게 ‘이 차량은 아는 지인이 몇 번 빌려가서 운행을 한 적이 있다. 여자 친구인 공소외인도 탑승하기도 해서, 차량 내 물품 중 일부는 공소외인의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이는 위 차량을 자신이 독점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관악경찰서 및 서울도봉경찰서에서 실시한 위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과정에서 공소외인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 신분증, 신발 등 여성용 소지품이 다수 발견되었고, 피고인과 공소외인이 함께 위 차량에 탑승한 상태가 촬영된 CCTV도 확인되었다. 사. 이 부분 공소사실의 투약 일시는 서울관악경찰서가 피고인의 소변·모발을 압수한 다음 날부터 서울도봉경찰서가 위 차량을 수색한 날까지로 특정되어, 원심 공판과정에서 공소장변경절차가 이루어졌다. 원심은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상고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가. 관련 법리 마약류 투약사실을 밝히기 위한 모발감정은 검사 조건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변수가 작용할 수 있고, 그 결과에 터 잡아 투약가능기간을 추정하는 방법은 모발의 성장속도가 일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개인에 따라 적지 않은 차이가 있고, 동일인이라도 모발의 채취 부위, 건강상태 등에 따라 편차가 있으며, 채취된 모발에도 성장기, 휴지기, 퇴행기 단계의 모발이 혼재함으로 인해 정확성을 신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또한 모발감정결과에 기초한 투약가능기간의 추정은 수십 일에서 수개월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은데, 마약류 투약범죄의 특성상 그 기간 동안 여러 번의 투약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볼 때, 그와 같은 방법으로 추정한 투약가능기간을 공소 제기된 범죄의 범행시기로 인정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매 투약 시마다 별개의 범죄를 구성하는 마약류 투약범죄의 성격상 이중기소 여부나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판단하는 데에도 곤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모발감정결과만을 토대로 마약류 투약기간을 추정하고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7도44 판결 참조). 나. 사안의 판단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판시 필로폰 투약의 점을 유죄로 본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1) 서울관악경찰서의 2021. 7. 3. 자 압수·수색에 따른 피고인의 모발에 대한 감정의뢰회보는 그 이전에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길이 4~7㎝가량의 모발에 대해 구간별 또는 절단모발로 감정이 이뤄지지 않은 이상, 필로폰의 투약시점을 특정할 수 없음은 물론 모근부위부터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필로폰이 검출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 2) 서울도봉경찰서의 2021. 8. 24. 자 압수·수색에 따른 피고인의 모발에 대한 감정의뢰회보도 그 이전에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길이 6~9㎝가량의 모발의 모근부위부터 3㎝ 단위로 절단한 3개 구간에서 모두 필로폰이 검출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인 ‘2021. 7. 4.경부터 2021. 8. 5.경까지 필로폰 투약의 점’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개인의 연령·성별·인종·영양상태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모발이 평균적으로 한 달에 1㎝ 정도 자란다고 알려져 있는바, 서울관악경찰서의 2021. 7. 3. 자 압수·수색에 따른 피고인의 모발에 대한 감정의뢰회보에 따르면, 피고인의 일부 모발에 대해 모근부위부터 최대 7㎝까지 필로폰이 검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이상,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필로폰을 투약하지 않았더라도 약 1개월 21일이 경과된 후인 2021. 8. 24. 자 압수·수색에 따라 모근부위 길이 1㎝ 지점부터 최대 9㎝ 지점까지 필로폰이 검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모근부위 길이 1㎝ 지점부터 최대 9㎝ 지점까지 필로폰이 검출되었다면, 앞서 본 2021. 8. 24. 자 압수·수색에 따른 피고인의 모발에 대한 감정의뢰회보와 같이 ㉮ 모근부위에서 길이 약 3㎝까지의 절단모발, ㉯ 모근부위 길이 약 3㎝에서 길이 약 6㎝까지의 절단모발, ㉰ 모근부위 길이 약 6㎝에서 끝까지의 절단모발에서 모두 필로폰이 검출된 결과와도 배치된다고 보기 어려운바, 그렇다면 서울도봉경찰서의 2021. 8. 24. 자 압수·수색에 따른 피고인의 모발에 대한 감정의뢰회보는 서울관악경찰서의 2021. 7. 3. 자 압수·수색에 따른 피고인의 모발에 대한 감정의뢰회보와 사실상 동일한 내용에 불과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3) 더욱이 이 부분 공소사실에 기재된 투약 방법은 ‘약 0.03g 상당을 물에 희석하여 일회용 주사기에 넣고 팔 부분에 주사하였다.’는 취지이지만, 피고인이 일관되게 이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투약 방법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보이지 않는 반면, 앞서 본 바와 같이 2021. 8. 24. 자 압수·수색에 따른 피고인의 소변에 대한 감정의뢰회보에서도 필로폰이 검출되지 않았음은 물론 위 차량에서 발견된 소형주사기에서도 피고인의 사용을 추단케 할 만한 DNA 등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수사과정에서 피고인의 양쪽 팔 부분에 대해 여러 차례 근접 촬영이 이루어졌음에도 주사 자국조차 발견되지 못한 점 등은 오히려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정황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 또한 압수물 중 알루미늄 호일, 고무호스 등을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하는 데 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별다른 증거도 없다. 4) 피고인이 일관되게 위 차량을 여러 사람이 사용하였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피고인만이 이를 독점적으로 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반면, 앞서 본 바와 같이 여자 친구 공소외인이 위 차량에 탑승하거나 이를 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증거와 함께 압수된 소형주사기에서도 다수인의 DNA가 혼합 검출된 점에 비추어 피고인 이외의 다수인이 위 차량을 사용하였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이상, 위 차량에서 발견된 소형주사기 및 거기서 필로폰이 검출되었다는 사정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사실에 해당한다고 선뜻 단정하기도 어렵다. 결국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는 증거재판주의, 자유심증주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위반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023.12.22 -
기타 · 판례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0도6492 판결]
1. 판결의 표시 대법원 2023. 8. 18. 선고 2020도6492 판결 2. 판결요지 비의료인에 해당하여 의료기관 개설자격 없는 피고인이, 형식적으로 갑 의료법인을 인수하여 법인 산하 을 요양병원의 운영권을 인계받은 다음 실질적으로는 피고인 자신이 을 병원의 운영을 주도적으로 담당함으로써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을 병원을 개설·운영하였다고 하여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을 병원 직원들의 체불임금 지급을 위한 자금을 출연하면서 갑 법인을 인수한 다음 의료기관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주도적으로 처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탈법적인 수단으로 을 병원을 개설·운영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개설자격 위반 의료기관 개설로 인한 의료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판례해설 (1) 사안의 배경 피고인은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하 ‘비의료인’)에 해당하여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음에도, 형식적으로 의료법인 A 의료재단(이하 ‘이 사건 의료법인’)을 인수하여 재단 산하 B 요양병원(이하 ‘이 사건 의료기관’) 운영권을 인계받은 다음, 실질적으로는 피고인 자신이 이 사건 의료기관 운영을 주도적으로 담당함으로써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인 것처럼 가장한 채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이 사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원심은, 피고인이 가족이나 지인을 이 사건 의료법인 이사로 선임하고 명목상의 이사장을 내세워 이사회를 전혀 개최하지도 않은 채 이 사건 병원의 인사, 회계, 자금관리 등 운영에 관한 최종 결정권자로서 업무 전반을 주도한 점, 이사회 결의 없이 법인자금을 지출하는 등 법인자금과 개인자금을 혼용한 점 등의 사정을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가. 관련 법리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이 개설·운영하였다고 판단하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였다는 점을 기본으로 하여, 비의료인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정은,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경우이거나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여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면 인정될 수 있다. 그중 전자의 경우, 비의료인이 실질적인 재산출연 없이 주무관청인 시·도지사를 기망하여 의료법인 설립허가를 받는 등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시설과 자금이 없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의 외형만을 갖추기 위하여 설립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한 채 실질적으로는 비의료인 자신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후자의 경우, 형식적으로는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이 개설·운영되었더라도,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지배하면서 의료기관 운영수익 등을 상당한 기간 동안 부당하게 유출하는 등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공공성, 비영리성을 전제로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부여받은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의료법인 설립과정에 하자가 있었다는 사정이나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재산을 일시적으로 유출하였다는 정황만을 근거로 곧바로 비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고, 의료법인 설립과정의 하자가 의료법인 설립허가에 영향을 미치거나 의료기관 개설·운영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는 것인지 여부나 의료법인의 재산이 유출된 정도, 기간, 경위 및 이사회 결의 등 정당한 절차나 적정한 회계처리 절차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에 이르러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7. 17. 선고 2017도180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사안의 판단 1) 피고인이 이 사건 의료기관 직원들의 체불임금 지급을 위한 자금을 출연하면서 이 사건 의료법인을 인수한 다음 의료기관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주도적으로 처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탈법적인 수단으로 이 사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고, 실체를 갖추지 못한 의료법인을 악용한 경우 또는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여야 한다. 2) 그런데 기록상 이 사건 의료법인의 인수과정에 하자가 있었다거나 재산출연에 관한 문제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3) 피고인이 이사회 결의 없이 이 사건 의료법인 계좌를 통한 자금 혼용을 해 온 사정이 있어 이 사건 의료법인의 재산이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유출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 인정 사실만으로는 정상적인 회계처리 등을 거치지 않은 채 입출금한 자금의 규모, 기간, 경위, 피고인이 이 사건 의료기관의 운영과 무관하게 사적으로 법인재산을 유출하였는지 등이 명백히 밝혀진 것으로 보기 어려워, 이 사건 의료법인의 재산과 피고인 개인재산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거나 실질적 관점에서 이 사건 의료법인의 재산이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유출되어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함으로써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이 부정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심리하여 이 사건 의료법인의 재산이 상당한 기간 동안 부당하게 유출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개설자격 위반 의료기관 개설로 인한 의료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023.12.22 -
기타 · 판례
임기만료 전의 이사 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한 상법 제385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경우 주주총회에서 해임사유로 삼거나 해임결의 시 참작한 사유에 한정되는지 여부[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다220639 판결]
1. 판결의 표시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다220639 판결 2. 판결요지 갑 등이 을 주식회사의 이사로 재직 중 이사회 승인 없이 을 회사의 영업과 동종 영업을 목적으로 한 주식회사를 설립한 후 대표이사 등으로 취임하였고, 그 후 을 회사는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갑 등을 이사에서 해임하였는데, 해임결의 당시 을 회사는 갑 등의 경업금지의무 위반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여 이를 해임사유로 삼지 않았고, 갑 등은 임기만료 전 해임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며 을 회사를 상대로 상법 제385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해임결의 당시 이미 발생한 갑 등의 경업금지의무 위반행위는 해임사유에 해당하는데도, 주주총회에서 해임사유로 삼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갑 등에 대한 해임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데에 참작할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3. 판례해설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들이 피고 회사의 이사로 재직 중이던 2020. 6. 9. 피고 회사의 이사회 승인 없이 피고 회사의 영업과 동종 영업을 목적으로 한 주식회사를 설립한 후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각각 취임한 것은 이사의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해임사유가 될 수 있다고 인정하였다. 그러면서도 원심은, 이 사건 해임결의가 이루어진 피고 회사의 2020. 8. 10. 자 임시주주총회의사록에 원고들의 경업금지의무 위반행위가 해임사유로 기재되어 있지 않고, 피고 회사도 이 사건 해임결의 당시 원고들의 경업금지의무 위반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여 이를 해임사유로 삼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원고들에 대한 해임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참작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피고가 상고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가. 관련 법리 상법 제385조 제1항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언제든지 이사를 해임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임기만료 전에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주주총회에 의한 이사 해임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편, 임기가 정하여진 이사의 임기에 대한 기대를 보호하기 위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만료 전에 이사를 해임한 때에는 회사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주주의 회사에 대한 지배권 확보와 경영자 지위의 안정이라는 주주와 이사의 이익을 조화시키려는 규정이다(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다25611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정당한 이유’란 주주와 이사 사이에 불화 등 단순히 주관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배된 행위를 하였거나 정신적·육체적으로 경영자로서의 직무를 감당하기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 회사의 중요한 사업계획 수립이나 그 추진에 실패함으로써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 등과 같이 당해 이사가 경영자로서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2다98720 판결 등 참조). 위 조항에 따라 회사가 이사에 대하여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은 회사의 고의나 과실을 묻지 않고 그 책임을 인정하는 법정책임에 해당한다. 이러한 상법 제385조 제1항의 문언 내용과 규정 취지,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질 등을 고려하면,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해임결의 당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유를 참작하여 판단할 수 있고, 주주총회에서 해임사유로 삼거나 해임결의 시 참작한 사유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나. 사안의 판단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해임결의 당시 이미 발생한 원고들의 경업금지의무 위반행위가 해임사유에 해당함을 인정하면서도 피고 회사의 주주총회에서 이를 해임사유로 삼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당한 이유’를 판단하는 데에 참작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사의 해임 시 ‘정당한 이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023.12.22